영화 "롤러코스터"와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누군가를 웃긴다는 것, 즉 코미디의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도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바보 분장을 하고 나와 예상하지도 못한 돌발 행동을 한다면, 그것도 실제보다 과장되게 행동을 한다면 그것이 웃음을 주는 하나의 포인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모여 누가 살이 많이 쪘는지를 가지고 조직의 힘을 자랑하지는 않겠죠.
하정우가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첫 연출을 맡았던 영화가 있습니다. 2013년에 개봉했던 "롤러코스터(Fasten Your Seatbelt)"라는 영화입니다. 영화 <육두문자맨>으로 일약 한류스타가 된 마준규(정경호 분). 그가 탑승한 비행기가 수상합니다.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사상초유의 스펙타클한 이야기. 정말 세상 어디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을까싶은 사람들이 모여 비행기 안에서는 온갖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하나같이 오바스럽고 과장된 액션으로 거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정말 저런 비행기를 내가 타게 된다면?!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중에 회장(김기천 분)과 여비서(손화령 분) 역할을 맡은 배역이 있습니다. 어딘가 얼떨떨(?)해 보이는 회장과 그를 지극히(?)도 극진하게 수행하는 여비서. 그들의 항공 승무원들에 태도는 정말 도가 지나쳐보였습니다. (물론 모든 배역들의 태도가 정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뭔가가 조금만 잘못되면 승무원들과 사무장을 호출해서 꼬치꼬치 이유를 묻고, 당장 해결해 놓으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한 안하무인격 태도가 몇 차례 반복되다가 결국은 여비서가 폭발을 하게 됩니다. 손가락에 낀 반지를 친절하게 빼 주시고 그대로 사무장의 얼굴을 강타!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자기들의 지휘가 높아도 어떻게 저런 되먹지 못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떠나가지를 않았습니다. 슬슬 이들의 과장이 코미디가 아니라 분노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그래도 영화니깐 이해해주자?!
그런데 요 며칠 정말 말도 안되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서 접했습니다. 영화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직은 조사중이긴 하지만) 비행기의 한 탑승객이 승무원들을 강제로 무릎을 꿇게 만들고, 심지어 폭력 행사에 하기 까지 명령을 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것인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지시를 했던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와 그렇게 지시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 이후였습니다. 그 분은 자신이 비행기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나봅니다. 그리고 땅콩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분이었나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잊고 있었습니다. "나는 정말 얼마나 세상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사랑스런 땅콩을 왜 나는 지금까지 아무런 감정 없이 대했던 것일까?"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웃고 즐기던 코미디가 현실에서 벌어지니 그것은 더 이상 코미디가 되지 못했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 그리고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현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코미디가 아니라 씁쓸함을 남겨주게 됩니다.
물론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사실 기대도 별로 안합니다만), 이번 일로 대한항공은 과연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정말 조현아 대한항공 전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요? 심지어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대한항공의 안이한 대응으로 인하여 지금 엄청난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게 될까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비행기를 얼마나 타게 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비행기를 타게 될 때는 "대한항공"은 선택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 같습니다(뭐, 그 동안에도 저가항공을 이용하다 보니 대항항공은 탈 일은 없었지만 말이죠...). 조현하 전 부사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항공 기업 윤리와 철학에 적잖이 실망을 했기 때문입니다.
괜히 이런 주제 넘게 이런 글을 썼다가 이런 일을 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설마요~! 전 그냥 영화 이야기를 한 것 뿐인데요~! 그런데 그 영화가 정말 불쾌한 부분이 있었고,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신기하다는 글을 남기는 것 뿐인데요~!
대한항공이라는 거대 기업, 혹은 조현아 라는 한 사람의 명예는 일개 네티즌들이 실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걸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았겠지만요....